우리엄마 나이는 요즘 기준으로 아직 한창이라는 60대 중반이다. 밴드 관리자도 하고, 잘못 보낸 카톡도 지울 줄 알고, 별거 별거 다 하실 줄 안다. 그런 엄마도 인터넷 뱅킹, 공인인증서 발급, 대출 신청 같은 건 전부 나를 시킨다.
요즘은 은행을 찾아가도 어플로 대출 신청하라고 다시 돌려보내는 세상이다. 어플에서 대출 신청을 하려면 홈택스에 공인인증서가 등록되어 있어야 서류를 자동으로 불러오고, 공인인증서가 있으려면 은행에 가서 인터넷 뱅킹을 신청해야하고 사이트에서 인증서를 발급 받고 은행어플에 복사하고 홈택스에도 인증서 등록하고 다시 어플에 들어가서 대출 신청을 해야한다.
이걸 60대가 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세대가 60대가 된다면 할 수 있겠지. 하던거니까. 근데 현재 6,70대 이신 분들이 이걸 한다? 자식 없는 사람들은 길가다 모르는 사람 붙잡고 해야할판이다. 휴대폰 가게에서 폰 사용법 물으러 들어오는 분들을 본 적도 있고 옆집 할머니가 계속 이것 저것 물어서 짜증나는데 어디까지 받아줘야할지 묻는 인터넷 글을 본 적도 있다.
신용보증재단에 갔더니 인터넷으로 방문 예약을 하고 오라고 했단다. 이렇게 사람이 와서 대기하고 있어도 예약 안하고 오면 상담해드릴 수 없다고. 어르신들은 어떻게 방문예약 하냐니까 보이는 ARS연결 후 상담원 연결 - 예약진행을 하라고 한다. 엄마는 전화 받는 도중에 도착한 인증번호 하나 보내는 것도 어버버버버 하는데 보이는 ARS라.....ㅋㅋㅋㅋ
이러니 자식들 없이 시골에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나쁜 사람들한테 이런 일 맡기고 돈 뜯기고 속고 그러는거다. 자식없는 사람들 무섭고 서러워서 살겠나.(그러고보니 엄마는 우리 어렸을 때 매일 "자식없는 중도 사는데 나는 뭐하러 애를 낳아서" 라는 말을 달고 살아놓고 제일 잘 부려먹네)
내 아이들에겐 어차피 지구가 오래 못버틸 것 같으니 결혼해서 애 낳을 생각말고 니네 인생 즐겁게 재미나게 살다 가라고 했는데, 아이들이 노인이 될때쯤엔 지금보다 세상이 더 많이 바뀌어 있을테니 모르는 사람에게 사기 당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배우고 익혀야겠구나.(고생하렴) 물론 나도 노후에 아이들을 귀찮게 하지 않으려면 죽을때까지 세상을 배우고 익히려 노력해야한다.
결혼도 안하고 애도 안 낳는 세상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혼자 사는 사람들이 노인이 됐을 때 믿을 수 있는 인간이나 시스템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인 것 같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그런 기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65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는 공공기관. 은행 업무처리, 기타 문의사항 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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